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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IT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2년이었다.

직접 써 본 IT 회사들의 서비스들은 몇년은 앞서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해진 '아마존',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를 처음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치 미래를 보는 느낌이었다. 

 

난 IT 쪽에서 일하면 무언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10여개월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난 1학기만 남은 상황이었고 뭐든 진로를 명확히 해야했다. 

개발을 배워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민을 좀 해보았다. 

지금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난 27살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남들은 이미 진로를 확정한 경우가 많았다. 

 

나이는 너무 많지 않을까, 경쟁력은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난 미래학 관련 책도 뒤져보고, 컴퓨터 공학의 인기도 찾아보았다. 

다행히 카이스트 전산과 입학 성적은 5년째 하락중이었다. 

 

경쟁이 덜 하고, 미래에 잘 될 산업이라면 해볼만하단 생각을 했다.

천재들은 이 산업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꼭 개발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두면 무언가 유용할 거란 생각을 했다. 

적어도 IT 쪽에서 일할때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기 편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언어를 고를까 고민하다가 

MIT에선 파이썬으로 대학교 수업을 한다는 얘기가 있어 

파이썬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파이썬이 쉽고 배우기에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코세라에 파이썬 기초 강의가 있어서 듣고 따라해보았는데 이해가 안 되었다. 

약간 좌절하다가 코드카데미 (codecademy )를 알게 되었다. 

코드카데미는 간단히 문법을 설명하고, 그걸 따라하는 방식이었다. 

 

따라한 뒤에는 꼭 퀴즈를 풀어야했다. 퀴즈를 풀다보니 제대로 이해가 되었는지 확인이 되었고, 작게나마 성취감을 느꼈다. 

 

돌이켜 보면 파이썬으로 시작한 건 상당한 행운이었다. 자바와 C로 개발 공부를 시작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금새 포기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프로그래밍의 어려움보다 흥미를 느끼며 시작을 했다. 

 

코드카데미를 끝내는데 대략 한달정도 걸렸다. 파이썬 기초문법( 변수, 조건문, 클래스)등을 익히는 데 꽤 오랜시간이 걸린 것이다. 

파이썬을 마치고, 그 다음에 뭘할지를 몰랐다. 

 

지금이야 파이썬이 대중적이고 개발 공부법도 많이 나와있지만 당시엔 그런 게 없었다. 

 

파이썬을 깊게 파거나, 실용적인 프로젝트를 했다면 좋았겠지만 

조금은 아쉬운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자바’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었다면 파이썬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거나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것이다. 

인터넷에 질문도 올려보고, 책을 뒤져보니 파이썬은 대중적인 언어가 아니라 배워봐야 쓸데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교훈1 -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

 

조언에 따라 ‘자바’를 공부하기로 맘먹고 서점에서 자바 책을 읽어봤다. 

 

어려웠다. 

 

읽어도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읽다가 막히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첨부터 읽었다. 

 

10쪽 읽다가 처음으로 돌아가고, 50쪽 읽다가 처음으로 돌아가고의 반복이었다. 

 

프로그래밍 책은 일본인이 번역한 영어 단어를 가져다 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차라리 영어로 배우는 게 쉬울 수도 있는데 그걸 몰랐었다. 

 

 

책에는 코딩은 쳐봐야 실력이 좋아진다고 적혀 있었다. 

 

책에 있는 자바 코드를 따라 쳐보았다. 

 

책에서 시키는 대로 실행을 해보았는데 안 되었다. 

 

책에선 메모장으로 코드를 적었다. 

 

난 책을 따라 메모장으로 코딩을 했다. 

 

저자가 "메모장으로 개발해야 실력이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미콜론이 빠진 경우가 많았기에, 여지없이 에러가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반에 큰 고통을 겪은 건 잘못된 책 때문이었다. 

 

근데 그 고통 덕에 좀 더 흥미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난 2개월 동안 공부해서 겨우겨우 자바 책을 완독했다. 

 

타이핑도 열심히 했지만 이해가 잘 안되었다. 

 

혼자 공부하는 건 한계가 있다 생각했고 

 

강의와 스터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개발 커뮤니티는 몰랐기에 학교 커뮤니티를 뒤적거렸다. 

 

마침 개강 직전이라 안드로이드 스터디를 모집하는 사람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메일을 보냈고, 스터디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스터디 장은 앱만들기 동아리를 운영하는 기계과 학생이었다. 

동아리원 중 하나는 앱을 출시한 경험도 있었다. 

 

난 스터디에 참여한 첫날 엄청나게 충격을 받게 된다. 

이클립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개발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써서 개발을 한다고 했다. 

 

첫 모임이 끝나고 집에서 이클립스를 써보았다. 

놀라웠다. 

 

 

세상에 세미콜론을 뺴먹으면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니… 

영어 몇글자만 적으면 함수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니… 

 

남극에서 평생 썰매를 끌던 에스키모가 처음 비행기를 타봤을때 이런 느낌이었까?

 

자바 책에 있던 코드를 이클립스에 쳐보니 매우 쉽게 되었다. 

난 감탄을 하며 흥미를 느꼈다. 책 저자가 살짝 원망스러워질 정도였다. 

어렵기만 했던 책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스터디에 참여하고 나서, 나와 다른 스터디원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나는 미리 예습을 했고, 메모장에서 삽질을 많이 한 덕에 조금만 알아도 성취감을 느꼈다. 

약간의 파이썬 경험과 메모장이 도움이 된 셈이다. 

 

반면 다른 스터디원은 자바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이클립스로 시작하다보니 

많이 어려워했다. 안드로이드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2달정도 지나자 스터디를 제대로 나오는 사람은 나와 스터디장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다른 우선 순위가 있으면 그걸 우선시 했다. 

 

사실 내가 자바를 재밌어한건 원래 메모장으로 프로그래밍하다가 

이클립스를 쓰니 개발이 갑자기 쉬워져서였다. 나는 근데 그걸 재능이 있다고 착각을 했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같은 이유로 직업 선택을 했다. 

1학년때 우연히 들은 '회계원리' 성적이 좋아서 회계 시험을 준비하고 회계사가 된다. 

그 반 학생들이 게을렀을수도 있고, 교수님이 학점을 뿌리는 스타일이었을수도 있다. 

 

초등학교때 우연히 본 과학 만화에 흥미를 느껴 

과학책을 많이 보다보니, 과학책이 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과를 가게 되고 물리학도, 생물학자가 된다. 

 

이런 우연함이 쌓여 재능 혹은 능력이 된다. 

이는 7년 정도 지나고, 나보다 탁월한 사람을 많이 만나서 깨달은 것이다. 

생각보다 실력이 있는데 평범하다고 착각하거나, 평범한데 탁월하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어쨌든 중간 고사가 끝나자 스터디는 흐지부지가 되었다. 

 

난 조금은 자신이 생긴 상태라 안드로이드를 혼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며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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